11월 전시1

배영미 두번째 개인전
사라지는 오늘의 기록
2021.11.06~11.19

사라지는 오늘의 기록/

 익숙하지만 낯선 오늘이 지나간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하루가 감사하면서도 때론 씁쓸하다. 새로운 일을 만들어 내지 못하였음에 알맹이가 빠진 것 같은 아쉬운 마음이 뒤 섞이기 때문이겠지만 잘 지나간 하루가 반갑고 다정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안에서는 나의 오늘이 끝나가고 또 다른 나의 오늘이 시작된다. 엄마로 아내로 딸로 며느리로 작가로 그림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의 교집합이 없는 시간, 나를 향하는 시선이 없는 공간에서 나는 아무도 아니어도 된다. 나의 삶이 온전히 나의 것이 아니지만 온전히 나로 보낼 수 있는 시간들이 소중해서 사라져버리게 놓아둘 수가 없어 연필을 들게 된다. 흰색의 종이 앞에서 망설이게 되지만 근사한 문장으로 일기를 쓰지 않아도 되는 것 처럼 특별할 것 없는 선들로 오늘을  특별하게 기록해 본다.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을 나만 느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느끼지만 자세히 들여다보고 펼쳐 볼 수 없었던 감정들을 모두가 알고 있는 ‘선’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개념적인 존재인 ‘선’은 단정하고 다정하다가도 날카롭고 거칠고 슬프기도 하다. 경계를 만들고 사물과 공간의 끝을 정리해주면서도 그 뒤의 또 다른 공간을 만들어 시작을 이끌어 준다. 끝이면서도 끝이 없는 선들의 흐름은 오늘이 어제가 되고 내일이 오늘이 되는 하루와 닮아 있다.